◆ 대한민국 경제교육 현장 ◆
지난 16일 서울 이화미디어고등학교에서 열린 금융교육 캠프에서 공인회계사들이 게임을 활용해 회계 용어를 지도하고 있다. [이승환 기자]
대한민국 고3 수험생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겨뤘던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지난 16일. 특성화고인 서울 이화미디어고등학교에는 새로운 선생님이 찾아왔다. 사단법인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(청교협)가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`공인회계사와 함께하는 청소년 회계·금융교실`이 열린 것이다. 이날 참여한 공인회계사는 모두 27명. 공인회계사들이 이화미디어고에 모인 이유는 청소년에게 전문적인 금융 경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다. 특히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지 2년 미만인 `초보 회계사`들로만 구성해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았다. 사회로 나갈 막바지 준비에 돌입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사회생활 `적응기`에 있는 초보 회계사들로부터 해답을 얻을 수 있어서였다.
`회계·금융교실`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`말랑말랑`하게 교육 과정이 꾸려졌다. 기업 실무에 꼭 필요한 회계와 세무, 기업회계 윤리 등을 교육할 때도 프레젠테이션, 동영상, 사진 등 시청각 자료들을 꼼꼼히 활용해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. 하지만 이날 수업의 백미는 역시 게임으로 배우는 회계 `금융맨 도둑 잡기`였다. 카드놀이를 활용해 금융지식을 이해하는 게임이 시작되자 이화미디어고 복도는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찼다. 도둑을 잡았을 때 이어지는 괴성은 흡사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. 교단에 선 회계사들도 학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차례 정숙할 것을 요청했지만, 이내 게임에 녹아들면서 학생들의 괴성에 동참했다. 비즈니스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강유빈 학생은 "강의식으로 지루하게 수업하지 않고, 게임을 활용해 학생들이 회계지식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수업이었다"고 말했다. 박채영 학생 역시 "회계사 언니·오빠들이 친절하게 응대해준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"면서 "회계·금융·경영·무역 등 실무적인 내용을 자세히 배울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"고 말했다.
학생들은 새로운 `회계사 선생님`들의 강의에 수업시간 내내 `열공 모드`에 빠졌다. 선생님 목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고, 하나라도 놓칠세라 필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. 2시간가량 강의를 진행한 신창서 회계사는 "회계사 직업에 대한 본질적인 것은 물론이고, 사회초년생으로 발돋움하기까지의 인간적인 어려움도 공유할 수 있어서 학생들 반응이 뜨거웠다"고 전했다. 기본적인 회계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"회계사 연봉은 얼마죠" "야근은 자주 하나요" 등 `노골적인 질문`도 서슴지 않았다. 근무 형태, 연봉, 복지 등 직업과 관련된 직접적인 문의부터 회계 역사와 회계 시사 등 업의 본질에 관한 것까지 질문하며 학생들은 속사포처럼 교단에 선 회계사들을 괴롭혔다.
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는 2014년부터 청소년을 위한 경제·회계 교육으로 학생들의 첫 사회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. 올해만 해도 수도권 특성화고 약 115개 학급이 회계 교육을 통해 `경제 지식의 근육`을 키웠다.
실제로 이 교육을 통해 회계사의 꿈을 키워 나가는 학생도 많다. 지난해 같은 교육을 통해 회계사로 진로를 정한 2학년 구은혜 학생은 "희미한 스케치로만 꿈꾸던 회계사라는 직업이 이번 교과과정을 통해 정물화처럼 명확해졌다"고 했다.
이 과정을 마련한 박홍신 청교협 사무국장은 "학생들이 공인회계사와의 수업을 통해 사회생활의 기본인 경제금융, 회계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"면서 "진로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이번 수업 내용을 참고하는 학생이 많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"고 설명했다.
[강영운 기자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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